연말이 다가오면 클라이언트 대표님들로부터 비슷한 하소연을 자주 듣습니다. “스캇 님, 저희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용 이메일을 정말 공들여 만들었거든요. 카피도 다듬고, 디자인도 새로 했고요. 그런데 오픈율이 평소보다 더 떨어졌어요. 왜 그런 걸까요?”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한숨이 깊습니다. 몇 주를 갈아 넣은 캠페인이 받은편지함이 아니라 스팸함 어딘가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만큼 허탈한 일도 드뭅니다.
저는 그럴 때 이렇게 되묻곤 합니다. “이메일이 잘 만들어졌는지를 보기 전에, 혹시 그 이메일이 ‘도착은 했는지’ 먼저 확인해 보셨을까요?” 우리는 이메일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늘 콘텐츠와 디자인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정작 받은편지함이라는 문 앞에서 멈춰 선 이메일이 얼마나 많은지는 잘 보지 못합니다.
발송과 도달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메일을 보내는 일과 이메일이 도착하는 일은 같은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우편함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체부가 편지를 우편함에 넣었다고 해서, 그 편지가 집주인의 책상까지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광고지 더미 속에 던져 놓고, 누군가는 현관에서 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냅니다.
이메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일 서버까지는 도착했지만 프로모션 탭이나 스팸함으로 흘러간 이메일은, 보낸 사람 입장에서는 “발송 완료”로 표시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 존재하지 않았던 이메일입니다. 그 한 끗 차이가 캠페인의 성패를 가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메일 마케팅에서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숫자가 오픈율이 아니라 도달률이라고 자주 말합니다. 열리지 않은 이메일은 고민할 가치라도 있지만, 도착조차 하지 못한 이메일은 고민할 무대 자체가 없으니까요.
송신자의 평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지메일이나 야후 같은 메일 서비스들은 사실 이메일의 내용을 그렇게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더 집요하게 살피는 건 “이 발신자는 그동안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받아 왔는가”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평판이고, 동네로 치면 단골 가게의 신뢰도 같은 것입니다.
구독자들이 메일을 자주 열어 보고, 끝까지 읽고, 답장도 하고, 주소록에 저장까지 해 두는 발신자는 좋은 평판을 쌓아 갑니다. 반대로 받자마자 삭제되고, 스팸 신고를 받고, 한참 동안 아무도 열지 않는 이메일을 계속 보내는 발신자는 조용히 신뢰를 잃어 갑니다. 그리고 그 평판은 누적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말씀을 자주 드립니다. 구독자 명단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반응하는 사람일수록 좋은 거라고요. 일 년 동안 한 번도 메일을 열지 않은 분께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계속 보내는 일은, 사실 그분과의 관계만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진짜 독자분들에게 가닿을 우리의 평판까지 깎아 먹는 일입니다. 정리해야 할 명단을 정리하는 것도 결국 남아 있는 분들을 향한 예의입니다.
리듬을 갑자기 바꾸지 않는 일
연말 시즌이 되면 가장 흔히 보는 풍경이 있습니다. 평소 한 달에 두 번 이메일을 보내던 브랜드가 갑자기 일주일에 다섯 번씩 보내기 시작합니다. 평소 만 명에게 보내던 캠페인을 갑자기 십만 명에게 보냅니다. 마음은 이해됩니다. 일 년에 한 번 오는 대목이니까요.
그런데 메일 서버 입장에서는 이게 영 수상해 보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발신량이 다섯 배, 열 배 늘어난 발신자를 보면, 서버는 “혹시 이 사람 계정이 해킹당했나, 아니면 스팸 발송자로 바뀌었나” 하고 의심부터 합니다. 평소 조용히 살던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마당에 짐을 잔뜩 쌓아 두고 트럭이 들락거리면 동네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성수기 캠페인일수록 오히려 더 차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갑자기 늘리지 말고, 시즌이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발송량을 조금씩 끌어올립니다. 새로 확보한 명단이 있다면 한꺼번에 다 쏘지 말고 작게 나눠 반응을 살핍니다. 구독자에게도 “원하시는 빈도를 직접 골라 보세요” 하고 선택지를 드리면, 그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받기로 약속한 관계가 되어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줍니다. 리듬을 지킨다는 건 결국 신뢰의 박자를 지킨다는 뜻입니다.
숫자를 매일 들여다보는 습관
성수기 캠페인은 평소보다 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기만큼은 며칠에 한 번이 아니라 매일 숫자를 들여다보시라고 권합니다. 특히 세 가지 숫자는 꼭 챙기시는 게 좋습니다. 반송률, 스팸 신고율, 그리고 수신거부율입니다.
반송률이 갑자기 올라간다면 명단 어딘가에 오래된 주소가 섞여 있다는 신호입니다. 스팸 신고율이 올라간다면 메시지의 톤이나 빈도가 어딘가 거슬렸다는 뜻이고요. 수신거부율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높아진다면 구독자가 “이건 내가 기대했던 관계가 아니다”라고 조용히 알려 주는 신호입니다. 이 숫자들은 작아 보이지만 며칠만 방치하면 평판 전체를 갉아먹습니다. 작은 불씨를 그날그날 발견해 끄는 일이 결국 캠페인 전체를 지켜 줍니다.
이메일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받은편지함은 기술이 만든 공간 같지만 사실은 신뢰가 사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보내 왔는지, 구독자분들이 어떻게 반응해 주셨는지가 차곡차곡 쌓여서 다음 이메일이 도착할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연말의 한 통을 잘 보내고 싶다면, 사실은 일 년 내내 보내 온 이메일들을 돌아봐야 합니다. 도달률은 결국 그 긴 관계의 성적표 같은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