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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한 도시를 이기기 전에는 넓히지 마세요

전 세계로 배송한다는 말은 자랑이 아니라 질문일 수 있습니다. 어디서도 이기지 못한 채 넓게 흩어진 매출이 왜 위험한지, 그리고 확장에는 왜 순서가 필요한지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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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여러분의 브랜드가 가장 잘 팔리는 도시 이름 하나를 댈 수 있으신가요?

이 질문을 드리면 대부분 잠깐 멈칫하십니다. 이번 달 매출 총액은 바로 말씀하시고, 어떤 제품이 잘나가는지도 정확히 아십니다. 그런데 “어디서” 팔리는지는 의외로 흐릿합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여러 지역에서 드문드문. 지도 위에 점을 찍어 보면 꽤 넓게 흩뿌려져 있고, 그 넓음이 왠지 든든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저는 바로 그 든든함을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전 세계 배송 가능”은 전략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브랜드 소개서를 열면 자주 보이는 문장이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디든 배송해 드립니다. 근사하게 들리죠. 그런데 저는 그 문장을 볼 때마다 속으로 되묻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이기고 계신가요.

배송할 수 있다는 것과 팔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배송은 우리가 준비하면 되는 일이고, 팔리는 것은 그쪽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넓은 지도는 이 차이를 아주 부드럽게 가려 줍니다. 여러 곳에서 조금씩 주문이 들어오면 총액은 그럭저럭 나오고, 그럭저럭 나오는 숫자만큼 문제를 늦게 발견하게 만드는 것도 없습니다.

백 곳에서 하나씩 파는 것과 한 곳에서 백 개를 파는 것

산수로만 보면 둘 다 백 개입니다. 그런데 다음 달이 완전히 다릅니다.

백 곳에 하나씩 흩어진 백 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습니다. 산 사람들끼리 서로 모르고, 서로 이야기하지 않고, 다시 살 이유도 특별히 생기지 않습니다. 반면 한 동네에서 팔린 백 개는 그다음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친구에게 보여 주고, 누군가는 같은 카페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고, 동네 가게 주인은 “요즘 이거 찾는 사람이 있던데” 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같은 백 개인데 하나는 그냥 매출이고 하나는 씨앗입니다.

저는 이걸 밀도라고 부릅니다. 브랜드가 자라는 데 필요한 건 넓이가 아니라 밀도입니다. 사람들의 대화가 겹칠 만큼 촘촘해야 입소문이 생기고, 리뷰가 쌓이고, 재구매가 붙습니다. 흩어진 매출에는 그 겹침이 없습니다.

다 잡으려다 아무도 못 잡는 자리

넓게 벌려 놓으면 조용히 세 가지가 무너집니다.

첫째, 예산이 쪼개집니다. 열 곳에 나눠 쓴 마케팅비는 어느 곳에서도 사람들 눈에 띌 만큼 쌓이지 못합니다. 광고라는 게 참 얄궂어서, 일정 수준을 넘기 전까지는 쓴 돈이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둘째, 메시지가 뭉개집니다. 모두에게 말하려고 하면 결국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말이 됩니다. 한 지역, 한 부류의 사람을 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건 내 얘긴데” 소리가 나오는 문장이 나옵니다. 셋째, 배우는 게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한두 건씩 들어온 데이터는 아무 이야기도 해 주지 않습니다. 왜 샀는지, 왜 안 샀는지, 무엇을 바꾸면 달라지는지를 알려면 같은 조건에서 충분한 수가 쌓여야 합니다.

예산도 메시지도 배움도 없이 지도만 넓은 상태. 이게 다 잡으려다 아무도 못 잡는 자리의 정확한 모습입니다.

“이겼다”의 기준을 미리 적어 두세요

그래서 저는 확장을 이야기하기 전에 항상 먼저 여쭙니다. 이 도시에서 이겼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기준은 브랜드마다 다릅니다. 어떤 곳은 재구매가 붙는 순간이고, 어떤 곳은 우리가 유도하지 않았는데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순간이고, 어떤 곳은 동네 매장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순간입니다. 중요한 건 그 기준을 미리 문장으로 적어 두는 겁니다. 적어 두지 않으면 성과가 애매할 때마다 “그래도 넓히면 나아지겠지”라는 유혹에 집니다. 확장은 대개 자신감이 아니라 초조함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긴 다음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지도상 옆이 아니라 사람 성격상 옆이어야 합니다. 비슷한 생활 리듬, 비슷한 소비 습관, 비슷한 이유로 우리를 좋아할 사람들이 있는 곳. 그래야 첫 승리에서 배운 공식이 그대로 한 번 더 작동합니다. 확장은 새 시장을 여는 일이라기보다, 이미 통한 방식을 복사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에 가깝습니다.

넓은 지도는 가능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일 때가 많습니다. 어디서 이길지 정하는 일은 나머지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나머지로 갈 수 있는 다리를 먼저 놓는 일입니다. 그러니 지도를 넓히고 싶어질 때마다 한 번쯤 반대로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서, 확실하게 이기고 있나요.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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