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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싸게 시작하면 싸구려로 끝난다

할인은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습니다. 가격으로 먼저 말 거는 브랜드가 결국 가격으로만 기억되는 이유를 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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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 진출을 막 시작한 한 대표님이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스캇 님, 저희 첫 달부터 반응이 폭발이에요. 50% 할인을 걸었거든요.” 저는 진심으로 축하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그 가격, 다음 달에도 유지하실 수 있으세요?” 잠깐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침묵의 의미를 저는 압니다. 그건 “다음 달에는 정가로 돌리고 싶은데, 그러면 사람들이 안 살 것 같아서 무섭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한번 내려간 가격은 좀처럼 다시 올라가지 않습니다. 할인은 그래서 마약이라고들 합니다. 한번 맛을 들이면, 브랜드도 소비자도 그 약 없이는 못 만나게 됩니다.

처음 만난 가격이 평생의 가격이 됩니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묘한 기능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처음 봤을 때의 가격을, 그 물건의 “진짜 가치”로 저장해 두는 기능입니다. 마케팅에서는 이걸 닻 내림이라고 부르더군요. 한번 닻이 내려가면, 그 뒤로 어떤 가격을 봐도 사람들은 첫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합니다.

그러니까 미국 시장에 처음 들어가면서 “일단 싸게 풀어서 사람들 손에 쥐어 주자”고 결정하는 순간,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우리 브랜드가 그 싼 가격에 닻을 내린 상태로 자리 잡습니다. 두 달 뒤에 우리가 “사실 이 제품의 진짜 가치는 이 정도입니다”라며 정가를 부르면, 소비자는 어리둥절해합니다. “어, 이거 원래 그 가격 아니었어요? 왜 갑자기 비싸졌죠?”

우리 입장에서는 정상으로 돌아온 거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올라간 겁니다. 그 간극이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할인으로 모은 손님은 할인 때문에 떠납니다

저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들을 도우면서 이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론칭 첫 주에 큰 폭의 할인을 걸면 매출 그래프가 멋지게 솟아오릅니다. 대표님들의 표정도 환해지죠. 그런데 다음 달, 그다음 달이 되면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할인을 잠깐 거두면 매출이 뚝 끊깁니다. 다시 할인을 걸면 그제야 사람들이 돌아옵니다.

왜냐하면 그 손님들은 “이 브랜드”를 좋아해서 온 게 아니라 “이 할인”을 좋아해서 왔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이 옆에 나타나면, 그들은 미련 없이 그쪽으로 옮겨 갑니다. 가격으로 모은 손님은 가격으로 빠져나갑니다. 정말 무서운 건, 그 사이 동안 우리 브랜드의 인상은 “싼 거 잘 푸는 곳” 정도로 굳어 있다는 점입니다.

좋은 원료를 쓰고, 몇 년을 개발에 쏟은 제품인데도 말이죠. 소비자에게 우리는 그저 다음 세일을 기다릴 만한 브랜드 중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가치를 먼저 세우고, 가격은 그다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 브랜드와 일을 시작할 때 거의 항상 같은 순서를 권합니다. 가격표를 먼저 만들지 말고, 가치를 먼저 만들자고요. 이 제품이 소비자의 삶에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누구의 어떤 순간에 들어가는지, 비슷한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그걸 먼저 또렷이 세웁니다.

그 그림이 충분히 또렷해진 다음에야 가격을 정합니다. 신기한 건, 가치가 또렷해지면 가격을 정하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 가치를 주는 제품이라면,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합니다”라고 우리 스스로가 먼저 납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납득은 카피와 이미지와 패키지 곳곳에 자연스럽게 묻어납니다.

반대로 가치를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부터 정하면, 우리는 늘 불안합니다. “이 가격, 너무 비싼 거 아닐까?” 그 불안이 결국 할인 버튼으로 손이 가게 만듭니다. 할인은 그래서 종종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싸게 시작한 브랜드는 비싸게 자라지 못합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처음에 싸게 시작한 브랜드가 나중에 프리미엄 자리로 올라가려고 할 때입니다.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패키지를 고급스럽게 바꾸고, 가격을 조심스럽게 올려 봐도 소비자의 머릿속 자리는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한번 “가성비 브랜드”로 저장된 인상은, 우리가 아무리 흔들어도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가치에 맞는 가격으로 자리 잡은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가격을 살짝 올려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역시 이 브랜드답네”라는 말과 함께요. 같은 가격 인상인데, 한쪽은 배신처럼 느껴지고 다른 한쪽은 성장처럼 느껴집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첫 단추,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처음 손을 내밀었는가입니다.

물론 할인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시즌이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할인은 브랜드에 활기를 더해 줍니다. 다만 그것이 우리 브랜드의 첫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이 우리 매출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뿐입니다. 싸게 시작하면 싸구려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한번 그렇게 기억된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처음부터 제대로 자리 잡는 일보다 몇 배는 어렵습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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