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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경쟁사를 욕할수록 우리가 작아집니다

미국 소비자는 라이벌을 공격하는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에이비스의 “We Try Harder”가 알려준 자존감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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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대표님과 회의를 하는데, 대화 중에 자꾸 특정 경쟁사의 이름이 튀어나왔습니다. “저희는 그 회사처럼 성분을 부풀리지 않습니다.” “그쪽은 마케팅만 요란하고 실제 품질은 형편없어요.” 표정에는 억울함과 자신감이 나란히 얹혀 있었습니다. 그 뉘앙스를 카피에도 살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는 잠시 듣다가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혹시 미국 광고에서 경쟁사 이름을 콕 집어 공격하는 걸 최근에 보신 적 있으세요?”

대표님은 잠깐 생각하시더니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그래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오래 일해 왔지만, 라이벌을 대놓고 깎아내리는 광고는 놀랄 만큼 드뭅니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대개 광고주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미국 소비자는 “누가 나쁜가”보다 “당신은 누구인가”에 반응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관찰해 온 미국 소비자의 심리 중에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들은 브랜드가 경쟁사를 공격하는 순간, 그 화살이 오히려 브랜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고 느낀다는 겁니다. “저 회사는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남을 깎아내리지?” “저렇게 자신이 없나?” 이런 감정이 조용히 스며듭니다. 광고는 경쟁사를 겨눴지만, 정작 상처 입는 건 우리 브랜드의 품위입니다.

미국 문화에는 페어 플레이에 대한 정서적 신뢰가 꽤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포츠든 비즈니스든, 정정당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기는 사람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아요. 그래서 남을 낮춰서 나를 올리는 화법은 이미 한 수 접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소비자는 승자를 사고 싶어 하는데, 승자는 라이벌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2등이라고 인정한 순간,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은 광고

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자주 오래된 미국 광고 하나를 떠올립니다.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AVIS)가 1960년대에 내놓은 유명한 캠페인, “We Try Harder”입니다. 당시 에이비스(AVIS)는 업계 2위였습니다. 1위와의 격차는 컸고, 광고 예산도 훨씬 적었어요. 대부분의 회사였다면 이런 순간에 1위를 향해 공격의 화살을 겨눴을 겁니다. “저쪽은 이런 게 문제죠, 저희는 다릅니다”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에이비스(AVIS)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광고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저희는 렌터카 업계 2위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1위 회사의 이름은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들이 왜 2등의 자리에서 더 성실할 수밖에 없는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했어요. 카운터의 직원이 더 웃는 이유, 재떨이가 더 깨끗한 이유, 자동차에 기름이 가득 차 있는 이유를 말이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오랫동안 적자였던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고, 이 캠페인은 지금까지도 광고사에 남는 명작으로 회자됩니다. 재미있는 건, 이 광고를 본 소비자들이 1위 회사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2등인데도 저렇게 당당하고 겸손하다니, 대단하네”라는 감정을 품었어요. 사람들은 라이벌을 깎아내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기 자리를 인정하면서 더 잘하려는 브랜드를 응원했습니다.

공격은 순간의 통쾌함, 품격은 오래 남는 자산

저는 이 오래된 이야기가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경쟁사를 지목해서 깎아내리면 잠깐은 통쾌합니다. 우리 팀 안에서도 박수가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그 통쾌함은 놀랄 만큼 빨리 증발합니다. 남는 건 “저 브랜드는 왠지 뾰족하다”는 인상, 소비자의 마음속에 미묘하게 새겨진 불편함입니다.

반면 자기 자리를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무엇을 더 잘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브랜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가 쌓입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어느 회사가 1등이고 어느 회사가 아직 작은지 어차피 다 알고 있어요. 우리가 감추려 애쓸 필요도, 상대를 흔들려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일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담담히 보여 주는 편이 훨씬 힘이 셉니다.

우리가 팔아야 하는 건 자존감이지, 상대의 흠결이 아닙니다

브랜드를 세워 가는 일은 결국 자존감을 세우는 일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남을 흠집 내지 않고도 내가 왜 좋은 선택인지를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이야기하는 것. 그 태도가 쌓이면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우리를 “좋은 회사”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매출 이전에 이 신뢰가 먼저 오고, 그 신뢰 위에 매출이 얹힙니다.

혹시 지금 카피 초안에 경쟁사에 대한 은근한 비아냥이 섞여 있다면, 한 번만 지워 보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 우리가 실제로 잘하고 있는 일 한 가지를 담담히 적어 보세요. 문장은 조용해지지만, 브랜드는 오히려 더 크게 서 있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가는 광고는 남을 이기려는 광고가 아니라, 자기 자리를 정직하게 지키는 광고니까요.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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