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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SEO와 PPC, 따로 두면 안 보이는 것들

미국 시장에서 검색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니, SEO와 PPC를 따로 굴리는 시대가 조용히 저물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AI 검색이 바꿔 놓은 풍경과, 그 안에서 새로 짜야 할 전략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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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만 해도 검색 마케팅 회의 자리는 묘하게 두 패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에는 SEO 담당자들이 앉아서 “우리는 길게 보는 사람들”이라며 콘텐츠 이야기를 했고, 맞은편에는 PPC 담당자들이 “우리는 지금 당장 전환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며 캠페인 숫자를 들여다봤습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같은 소비자를 데려오자고 모인 사람들인데,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보고서를 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풍경을 꽤 오래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듣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SEO를 열심히 하면 광고를 줄여도 되나요?” 혹은 그 반대로 “광고를 잘 돌리고 있으니 SEO는 천천히 해도 되겠죠?” 저는 그 질문에 한 번에 대답하지 못하고 잠깐 뜸을 들입니다. 예전 같으면 둘 중 하나로 답이 갈렸겠지만, 지금은 그 질문 자체가 조금씩 낡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색창의 풍경이 조용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의 검색 결과 화면을 떠올려 보면, 위에는 광고가 몇 줄 있고 그 아래로 파란 링크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사용자는 그 링크들을 하나씩 눌러 보고, 마음에 드는 페이지에 머물러 정보를 모았습니다. SEO는 그 파란 링크 안에 들어가는 일이었고, PPC는 그 위쪽 광고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었습니다. 역할이 깔끔하게 나뉘어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검색창에 무언가를 물어보면, 검색 결과 맨 위에 AI가 정리한 요약 답변이 먼저 펼쳐집니다. 그 안에는 어떤 브랜드의 이야기가 인용되어 있기도 하고, 옆에는 광고가 자연스럽게 끼어들기도 합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열 개의 링크를 비교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요약 안에 등장하는 한두 개의 이름을 기억하고, 거기서 다음 행동을 결정합니다.

이 변화가 무섭게 느껴지는 건, “검색 결과 1페이지에 잘 노출되고 있어요”라는 말이 예전만큼의 안도감을 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AI가 정리한 답변 속에 우리 브랜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으면, 그 아래 1위를 차지하고 있어도 사용자는 거기까지 내려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검색의 무대 자체가 한 칸 위로 올라간 셈입니다.

SEO와 PPC를 따로 굴리던 시절의 끝

이 새로운 무대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AI가 신뢰할 만한 정보로 인용하는 콘텐츠와, 그 옆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광고가 같은 화면 안에서 사용자를 만납니다. 사용자는 그 둘을 굳이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 브랜드가 자꾸 보이네”라는 인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까 SEO로 쌓은 신뢰가 약한 브랜드는 광고를 아무리 돌려도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콘텐츠로는 자주 인용되는데 광고에서는 보이지 않는 브랜드는, 결정의 순간에 사용자의 손에 잡히지 못하고 흘러가 버리기도 합니다. 두 전략은 이제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는 정도가 아니라, 같은 한 장면을 함께 완성하는 동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SEO 따로, PPC 따로” 보고서를 받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집니다. 같은 사용자가 같은 검색창 안에서 한 번에 만나는 풍경을, 우리 쪽에서는 굳이 두 개의 파일로 잘라서 보고 있는 셈이니까요.

키워드가 아니라 “의도”를 봐야 하는 시대

또 하나 크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용자가 어떤 단어를 검색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비건 단백질 파우더”라고 검색하면 그 단어가 들어간 페이지가 위로 올라갔고, 광고도 그 단어에 맞춰 입찰했습니다.

그런데 AI는 단어 자체보다 그 단어 뒤에 숨은 마음을 읽으려고 합니다. 같은 “비건 단백질 파우더”라도 어떤 사람은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라 “맛이 너무 풀맛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이미 몇 번 사 봤지만 가격에 지쳐 더 저렴한 대안을 찾고 있을 수 있습니다. AI는 그 차이를 어느 정도 구분해서 답을 만들어 줍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와 광고도 그 마음의 결을 따라가야 합니다. 같은 키워드 안에서도 “처음 입문하는 사람을 위한 친절한 안내”가 필요한 자리가 있고, “비교를 끝내고 결정만 남은 사람에게 마지막 한마디”가 필요한 자리가 있습니다. SEO 콘텐츠가 앞쪽의 마음을 안아 주는 동안, PPC는 뒤쪽의 마음에 손을 내미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 가질 수 있습니다. 따로따로 만든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검색 여정을 함께 그려야 가능한 일입니다.

신뢰는 콘텐츠와 광고가 함께 만듭니다

AI가 어떤 정보를 위로 끌어올릴지 정하는 기준 중 하나는, 그 브랜드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 하는 점입니다. 오랜 운영 경력, 진짜 사용자들의 후기, 다른 곳에서 자주 언급되는 정도 같은 것들이 조용히 합산됩니다. 이건 SEO 쪽에서 오랫동안 공들여 온 영역이죠.

그런데 같은 신뢰의 신호는 광고 문구 안에서도 작동합니다.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한 줄, 실제 후기에서 가져온 한마디, 수상 이력 한 줄이 광고에 들어가면 클릭률이 달라집니다. SEO 콘텐츠에서 쌓은 그 신뢰의 재료들을, PPC 쪽에서 한 번 더 꺼내 쓰는 겁니다. 두 곳에서 같은 메시지를 다른 결로 만나면, 사용자의 머릿속에서 그 브랜드는 훨씬 또렷한 윤곽으로 자리 잡습니다.

성과를 보는 눈도 한 장의 그림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숙제는 성과를 보는 방식입니다. SEO 보고서와 PPC 보고서를 따로 열어 두면, 어느 쪽이 어디까지 기여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사용자는 한 번은 블로그 글로 우리 이름을 처음 만났고, 며칠 뒤 광고로 다시 떠올렸으며, 또 며칠 뒤 직접 브랜드 이름을 검색해 들어왔는지 모릅니다. 그 여정을 한쪽 보고서만 들여다보며 평가하는 건, 영화의 한 장면만 보고 작품 전체를 논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클라이언트분들과 “검색이라는 한 덩어리”로 성과를 보는 연습을 함께 합니다. 어디서 처음 만났든, 어디서 마지막에 결제 버튼을 눌렀든, 검색이라는 길 위에서 일어난 일은 한 장의 그림으로 보자는 것이죠.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SEO에 더 투자해야 하나, 광고를 더 해야 하나” 같은 양자택일이 줄어듭니다. 대신 “이 사용자의 여정 어디에 빈자리가 있는가”라는 훨씬 본질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가끔 검색창 앞에 앉아 무언가를 물어볼 때, 저는 그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이 새삼 신기합니다. 한 사람의 작은 호기심 안에, 우리가 몇 달에 걸쳐 준비한 콘텐츠와 광고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가 결정됩니다. 그 장면을 한쪽 눈으로만 보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 어쩌면 AI 시대의 검색 마케팅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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