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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자바스크립트가 꺼진 브라우저 앞에서 마케터가 멈춰 서는 순간

자바스크립트와 쿠키는 단순한 기술 옵션이 아니라, 마케터가 매일 들여다보는 데이터의 뿌리입니다. 이 둘이 흔들리면 우리가 보는 풍경도 함께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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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자바스크립트를 활성화해 주세요” 같은 안내 문구를 만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살짝 짜증을 내고 지나갑니다. 저도 소비자로서는 비슷한 반응을 합니다. 그런데 마케터로 일하다 보면 그 한 줄짜리 안내문이 묘하게 달리 보이는 순간이 옵니다. 마치 내가 매일 들여다보는 대시보드의 숫자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를 살짝 들여다보는 기분이랄까요.

오랫동안 디지털 마케팅을 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자주 곱씹게 됩니다. 우리가 보는 그래프와 깔끔한 보고서는 사실, 아주 작고 불안정한 두 가지 위에 얹혀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자바스크립트이고, 다른 하나는 쿠키입니다. 둘 다 평소엔 너무 당연해서 보이지 않다가, 흔들리는 순간에야 그 무게가 드러납니다.

대시보드의 숫자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저는 신입 마케터를 만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지난주 우리 사이트에 만 명이 들어왔다고 합시다. 이 만 명이라는 숫자는 누가 세 준 걸까요?” 대부분 잠시 머뭇거립니다. “그냥 Google Analytics가 보여 주는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긴 한데, 한 겹만 더 들춰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분석 도구가 사용자를 셀 수 있는 건, 페이지가 열릴 때 작은 자바스크립트 한 조각이 사용자의 브라우저 안에서 조용히 실행되기 때문입니다. 이 조각이 “지금 누가 들어왔고, 어디를 클릭했고, 어디서 떠났는지”를 분석 서버로 슬쩍 전해 줍니다. 광고 픽셀도, 히트맵 도구도, 전환 트래킹도 거의 다 같은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니까 사용자가 어떤 이유로든 자바스크립트를 꺼 두면, 그 사람은 우리 입장에서 “존재하지 않는 방문자”가 됩니다. 사이트에 들어와서 한참을 머물다 제품을 보고 나갔어도, 우리 대시보드에는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숫자가 틀린 게 아니라, 처음부터 누락된 셈이죠. 더 무서운 건 이 누락이 무작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안에 민감한 사용자, 광고 차단기를 쓰는 사용자, 특정 브라우저를 쓰는 사용자에 치우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보는 평균은 평균이 아니라, 한쪽으로 기울어진 평균이 됩니다.

쿠키가 사라지면 같은 사람이 매번 새 손님이 된다

쿠키는 또 다른 결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쿠키를 가끔 “브라우저에 붙여 두는 작은 메모지”라고 설명합니다. 어제 어느 페이지를 봤는지,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았는지, 광고를 어디서 클릭하고 들어왔는지를 그 메모지에 살짝 적어 두는 것이지요.

이 메모지가 있어야만 우리는 “같은 사람이 두 번 왔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메모지가 없으면, 어제 우리 사이트를 둘러보고 오늘 다시 와서 결제를 한 고객도 우리 시스템에서는 완전히 다른 두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광고로 데려와서 며칠 뒤에 산 사람을 우리는 “광고가 만든 매출”로 잡지 못합니다. 리타게팅이라는 이름의 정성스러운 시나리오도, 같은 사용자를 알아보지 못하면 그냥 낯선 사람에게 같은 말을 두 번 거는 일이 되어 버립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브라우저들이 앞다투어 추적 차단 기능을 강화하고, 서드파티 쿠키를 줄이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저도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는 환영합니다. 다만 마케터로서는,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의지해 온 그 작은 메모지가 빠르게 바스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체감합니다.

데이터가 흐려질수록 더 정직해져야 합니다

이런 변화를 만나면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트래킹이 100퍼센트 잡히던 시절의 대시보드가 그립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됐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정밀해 보이는 숫자에 의존해 살아온 건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그 숫자도 늘 일정 부분 빠져 있었고, 일정 부분 추정이었습니다. 그저 우리가 그 사실을 잘 느끼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클라이언트와 대화할 때 두 가지를 자주 강조합니다. 첫째, 데이터가 줄어드는 환경을 인정하고 시작합시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숫자 하나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더 자주 들여다봅시다. 자바스크립트가 정상적으로 깔려 있는지, 쿠키 동의 배너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거절을 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GA4와 광고 플랫폼의 숫자가 왜 차이가 나는지 같은 것들 말이지요.

쿠키 동의 배너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디자인이 거칠고 위협적이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거부”를 누릅니다. 그러면 그 사용자의 여정은 그 순간부터 우리에게 보이지 않게 됩니다. 같은 법을 지키더라도 배너의 톤과 문구, 위치를 조금만 다듬으면 동의율이 크게 달라집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그 작은 차이가 우리가 보는 데이터의 절반을 바꿉니다.

기술이 흔들릴수록 마케터의 시야는 넓어져야 합니다

자바스크립트와 쿠키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데이터는 공기처럼 늘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브라우저 안에서 매번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토대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 위에 무거운 결론을 쌓아 올리는 일을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완벽한 트래킹의 시대는 사실 한 번도 없었는지 모릅니다. 다만 그렇다고 마케팅을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인정하고, 보이는 부분을 더 깊이 읽어 내고, 사용자에게 솔직하게 동의를 구하는 일. 어쩌면 이것이 데이터가 줄어드는 시대에 마케터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바스크립트가 꺼진 브라우저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그 짧은 순간이, 저에게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시간입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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