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광고를 하루 껐더니 보인 것들

광고를 하루 멈춰 세우자 매출이 무너졌습니다. 그 순간에야 브랜드의 진짜 체력이 무엇인지 보였습니다.

𝕏
in
🔗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한동안 광고를 신앙처럼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 브랜드를 맡아 매출을 끌어올리던 시절이었는데, 예산을 넣으면 넣는 만큼 숫자가 올라갔습니다. 저는 그게 제 실력인 줄 알았습니다. 대시보드의 그래프가 오른쪽 위로 향할 때마다, 이 브랜드가 튼튼해지고 있다고 착각했죠. 그러다 어느 날, 결제 문제로 광고가 하루 통째로 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아침에야 제가 보고 있던 게 브랜드의 체력이 아니라 링거 줄의 눈금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광고가 멈춘 그날, 매출은 거의 절반으로 주저앉았습니다. 놀라운 건 하락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놀라운 건, 남아 있는 그 절반이 어디서 왔는지를 제가 설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광고를 끄면 남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운동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스테로이드를 맞으며 만든 근육은 약을 끊는 순간 빠르게 빠집니다. 반대로 몇 년을 꾸준히 운동해서 붙인 근육은 하루 쉰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광고도 똑같습니다. 광고를 켜 놓은 동안의 매출은 그 브랜드가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 주지 않습니다. 광고를 껐을 때 남는 매출, 그게 진짜 체력입니다.

그날 남아 있던 절반의 매출을 며칠에 걸쳐 뜯어봤습니다. 대부분은 예전에 한 번 사 갔던 사람들이 다시 온 재구매였고, 일부는 검색으로 브랜드 이름을 직접 치고 들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광고가 데려온 손님이 아니라, 이미 우리를 알고 좋아하던 사람들이었던 거죠. 저는 그동안 이 사람들을 위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새 손님을 사 오는 데만 예산과 마음을 쏟았습니다.

광고는 수도꼭지, 브랜드는 우물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이 있습니다. 광고는 수도꼭지 같은 겁니다. 틀면 물이 콸콸 나오지만, 잠그면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편하죠. 그런데 문제는, 수도꼭지에만 의존하는 집은 수도가 끊기는 순간 물 한 방울을 못 씁니다.

반대로 오가닉 자산은 우물을 파는 일에 가깝습니다. 잘 쓴 콘텐츠 한 편, 진심이 담긴 고객 후기 하나, 한 번 사고 만족해서 다시 찾아온 재구매 고객. 이런 것들은 광고를 끈 뒤에도 조용히 물을 길어 올립니다. 파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티도 잘 안 납니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우물을 파는 대신 수도 요금을 계속 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수도꼭지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광고는 강력한 도구이고, 특히 초반에 존재를 알리는 데는 이만한 게 없습니다. 다만 수도꼭지만 있고 우물이 없는 상태를 “잘되고 있다”고 착각하면, 요금이 조금만 올라도 집 전체가 흔들립니다.

광고비가 사실은 감추고 있던 질문들

광고가 켜져 있을 때는 여러 질문이 자연스럽게 가려집니다. 우리 제품을 한 번 산 사람은 왜 다시 오지 않을까. 후기는 왜 이렇게 적을까. 브랜드 이름을 검색하는 사람은 한 달에 몇 명이나 될까. 광고가 매출을 계속 채워 주는 동안에는 이런 질문들이 급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돈으로 손님을 계속 사 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질문들이야말로 브랜드의 진짜 상태를 보여 주는 체온계입니다.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제품이나 경험 어딘가에 구멍이 있다는 신호이고, 후기가 쌓이지 않는다는 건 고객과의 관계가 일회성에 머물러 있다는 뜻입니다. 광고비는 이 구멍들을 메우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예쁜 카펫을 덮어 둘 뿐입니다. 카펫을 걷어 내는 유일한 방법이, 역설적이게도 광고를 잠깐 꺼 보는 일이더군요.

가끔은 스스로 물을 잠가 봐야 한다

그 사건 이후로 저는 브랜드를 진단할 때 한 가지를 꼭 확인합니다. 지금 이 매출에서 광고를 빼면 무엇이 남는가. 남는 게 탄탄하면 이 브랜드는 광고를 지렛대로 쓰고 있는 것이고, 남는 게 없으면 광고에 매달려 있는 겁니다. 지렛대와 목발은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실제로 광고를 며칠씩 꺼 보라는 조언은 조심스럽습니다. 매출이 걸린 문제니까요. 하지만 마음속으로라도 한 번쯤 물을 잠가 보는 상상은 해 볼 만합니다. 수도가 끊긴 우리 집에 우물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깊은지. 그 상상이 불편하다면, 그게 바로 지금 우물을 파기 시작해야 한다는 가장 정직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광고를 하루 껐던 그날은 매출로 보면 최악의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브랜드로 보면, 제가 그 브랜드를 위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꺼졌을 때 무엇이 남느냐, 결국 브랜드의 미래는 그 남는 것들 위에 지어집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Calywire · 무료 상담

미국 진출,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브랜드 카테고리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풀고 싶은 과제 두세 가지만 알려주시면 충분합니다. 48시간 안에 한국어로 회신드립니다.

48h
48시간 회신 약속
미국 본사·서울 지사 담당자가 직접 검토 후 회신합니다.
무료 상담 신청
제출 시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며, 캘리와이어의 안내·마케팅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수신 거부는 언제든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