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한국 약초 이름이 미국 소비자에게 통할 리 없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어성초 같은 단어는 발음조차 어려워서 화장품 라벨에 적어 놓으면 그저 지나친다는 것이었죠. 아누아(Anua)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어성초를 영어 한 단어, 하트리프(Heartleaf)로 번역해 놓고는 미국 틱톡과 아마존, 그리고 결국 1,400개 울타 뷰티(Ulta Beauty) 매장까지 들어갔습니다.
아누아(Anua)는 더파운더즈(The Founders Inc.)가 2019년에 선보인 스킨케어 브랜드입니다. “자연 유래와 더마 성분”이라는 콘셉트로 출발해, 2021년 전후로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그 짧은 몇 년 사이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채널별로 나눠 보면, 이 브랜드가 어떤 순서로 자리를 잡았는지가 또렷해집니다.
틱톡: 어성초가 ‘하트리프’가 되는 순간
미국에서 아누아(Anua)의 이름을 가장 먼저 키운 채널은 틱톡이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브랜드 관련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는 24억 뷰에 달했고, 그중 단일 제품인 어성초 포어 컨트롤 클렌징 오일 하나가 3억 3,800만 뷰를 차지했습니다. 메이크업과 자외선 차단제를 녹여 내는 클렌징 오일의 질감, 그리고 한 톨도 남지 않는 듯한 마무리가 짧은 영상에 잘 어울렸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한 수가 ‘이름 번역’이었습니다.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어성초라는 단어를 그대로 두는 대신, 영어권 사용자가 검색하기 쉬운 하트리프(Heartleaf)라는 단어로 옮겼습니다. 잎의 모양을 직역한 단순한 단어인데, 이게 해시태그가 되고 검색어가 되고 후기 제목이 되었습니다. 낯선 성분을 친근한 한 단어로 압축한 셈입니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537퍼센트라는 숫자
틱톡에서 만들어진 검색어는 자연스럽게 아마존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아누아(Anua)는 2023년 7월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전년 대비 매출 537퍼센트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단일 일자 매출이 전년 대비 800퍼센트 늘었습니다. 회사가 직접 공개한 수치인 만큼, 할인 시즌에 사람들이 한 번에 몰린 정도가 아니라 검색 수요가 매대로 이어진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미국 소비자가 아누아(Anua)를 처음 만나는 화면이 대체로 아마존 상품 페이지였다는 점입니다. 별도의 미국 단독 자사몰에 의존하기보다, 이미 사람들이 검색하고 구매하는 거대한 마켓플레이스 한가운데에 영웅 제품 두세 개를 또렷하게 진열해 두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울타 뷰티: 1,400개 매장이라는 마침표
온라인에서 쌓은 인지도는 2025년 1월 오프라인으로 넘어옵니다. 알려진 바로는 아누아(Anua)가 미국 최대 뷰티 체인 울타 뷰티(Ulta Beauty)에 입점하며, 약 1,400개 매장과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보도에서는 이 장면을 “북미 시장에 안착한 결정적 순간”으로 표현했습니다.
울타 입점은 단순한 채널 확장 그 이상이었습니다. 미국 소비자에게 아누아(Anua)는 이제 “틱톡에서만 보이는 한국 브랜드”가 아니라, 동네 쇼핑몰에서 직접 손에 쥐고 향을 맡아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디지털에서 만든 신뢰와 오프라인의 진열이 서로를 보강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크리에이터 시딩: 작은 목소리들이 쌓이는 방식
또 하나 눈여겨볼 채널은 크리에이터입니다. 인플루언서 분석 플랫폼 Modash 자료에 따르면, 아누아(Anua)와 협업한 크리에이터의 71.6퍼센트가 평균 조회수 1천 회 미만의 소규모 채널이었습니다. 거대 메가 인플루언서 한두 명에게 거액을 들이는 대신, 수많은 작은 목소리를 동시다발로 확보한 셈입니다.
이 방식은 두 가지 효과를 만듭니다. 첫째, 후기가 광고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나 동네 이웃 같은 톤의 영상이 누적되면, 시청자는 그것을 광고가 아니라 진짜 사용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둘째, 검색 결과의 폭이 넓어집니다. 어성초 토너나 클렌징 오일을 찾는 사람이 어떤 키워드를 입력하든, 거기에 대응하는 작은 영상이 어딘가에는 존재하게 됩니다. 바이럴이 한 번의 폭발이 아니라, 무수한 작은 점들이 모여 만들어진 면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는?
아누아(Anua)의 미국 여정에서 한국 브랜드가 가져갈 만한 지점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낯선 성분이나 전통 재료가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통념은 깨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성분을 발음하기 쉽고 검색하기 쉬운 영어 한 단어로 번역해 두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미국 시장 초기에는 자사몰에 매달리기보다 사람들이 이미 검색하고 구매하는 채널, 특히 아마존에 영웅 제품을 또렷하게 세워 두는 편이 빠릅니다. 셋째, 크리에이터 전략은 큰 한 명보다 작은 여러 명이 더 멀리 갑니다. 1천 회짜리 영상도 수백 개가 모이면 거대한 검색 자산이 됩니다.
낯선 약초 이름 하나가 미국 소비자의 욕실 선반에 자리를 잡기까지, 아누아(Anua)는 거창한 한 방이 아니라 채널마다 다른 문법을 인내심 있게 써 내려갔습니다. 그 인내심의 순서가, 결국 1,400개 매장이라는 풍경으로 돌아왔습니다.
참고 자료
- 뉴스와이어: 아누아 북미 시장 성과 보도자료
- Yahoo Finance: ANUA Enters Ulta Beauty, Largest Beauty Chain in the US
- 매일신문: 아누아, 미국 울타 뷰티 1,400개 매장 입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