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팔오도씨(85°C Bakery Cafe)는 그냥 동네 베이커리 중 하나였습니다. 길 모퉁이마다 비슷한 가게가 있고, 사람들은 출근길에 빵을 사고 퇴근길에 케이크 한 판을 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같은 간판이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걸렸을 때,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줄을 섰고, 옐프에는 곧 5천 개가 넘는 리뷰가 쌓였습니다. TIME, CNN, NPR, 트래블 채널까지 이 작은 빵집을 다뤘습니다.
같은 브랜드, 거의 같은 메뉴인데 미국에서는 왜 사건이 되었을까요. 첫 번째 단서는 한 잔의 커피에 있었습니다.
시 솔트 커피라는 번역기
팔오도씨(85°C Bakery Cafe)가 미국에서 먼저 알려진 건 음료 위에 짭짤한 크림 거품을 얹은 시 솔트 커피(Sea Salt Coffee)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음료 위에 바다 소금 폼을 올리는 방식을 처음 개발한 곳 중 하나가 이 브랜드입니다. 미국 소비자에게는 낯선 조합이었습니다. 단맛과 짠맛이 한 잔 안에 같이 들어 있는 커피, 마시는 도중에 짠 크림이 입술에 닿는 감각.
미국 매체 QSR에 따르면 미국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음료는 시 솔트 커피와 함께 딸기 말차 라떼, 타이 티, 베트남 커피입니다. 자세히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모두 동남아와 동아시아 음료 문화에서 온 레시피이고, 미국 카페 체인이 정식 메뉴로 다루지 않던 음료라는 점입니다. 팔오도씨는 미국 카테고리 안에서 살짝 비껴 있는 자리에 깃발을 꽂은 셈입니다.
어바인이라는 무대, 그리고 디아스포라
첫 미국 매장 자리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어바인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인구가 빠르게 늘던 도시였고, 대만계와 중국계, 한인 커뮤니티가 두텁게 자리 잡은 동네였습니다. 부모 세대에게는 익숙한 동아시아 베이커리 문화가, 미국에서 자란 자녀 세대에게는 자신의 뿌리를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밀크 푸딩 브레드(Milk Pudding Bread)와 초코번(ChocoBun)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마케팅 책임자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핵심은 50가지가 넘는 아시안과 유러피언 융합 빵”이라고 설명합니다. 부드러운 식빵 안에 푸딩이 들어 있거나, 폭신한 번에 초콜릿이 가득 들어찬 형태입니다. 일반적인 미국 베이커리에서는 보기 어려운 식감이지만, 디아스포라 가족에게는 어린 시절 동네 빵집 풍경 그대로였습니다.
가족 단위 손님이 모이는 동네라는 점도 결정적이었습니다. 팔오도씨는 신규 매장 자리를 고를 때 ‘가족 중심의 신흥 커뮤니티’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밝힙니다. 생일 케이크, 약혼 케이크, 어린이 파티 디저트처럼 가족이 모이는 자리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케이크 한 판을 살 수 있는 곳. 이 포지셔닝이 어바인을 넘어 텍사스 캐럴턴, 뉴저지 체리힐, 뉴욕 플러싱, 오리건 티가드,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차이나타운까지 같은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직영으로 묶고, 오픈을 사건으로 만들다
미국에서 팔오도씨가 또 다른 점은 매장 구조에 있습니다. QSR 보도에 따르면 미국 80여 개 매장 중 가맹점은 단 세 곳, 하와이 두 곳과 유타 한 곳뿐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직영입니다. 베이커리 체인이 빠르게 늘 때 가장 흔한 길은 가맹입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는 정반대 방향을 택했습니다.
2013년 9월에 캘리포니아 브레아에 문을 연 미국 중앙 키친이 그 선택을 뒷받침합니다. 2017년 3월에는 같은 시설이 회사 전체에서 처음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로 전환되었습니다. 매일 굽는 빵의 일관성과 운영을 직접 손에 쥐겠다는 의지입니다. 어바인의 그 푸딩 빵 식감이 뉴저지 매장에서도 같아야 한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한 가지 장치는 그랜드 오프닝입니다. QSR에 따르면 신규 매장이 문을 여는 주말이면 금, 토, 일 사흘 동안 하루에 2만에서 3만 달러씩 매출이 찍힙니다. 무료 굿즈, 한정 프로모션, 줄을 서는 풍경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됩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이 장면을 그대로 받아 다음 매장의 기대치를 만들어 줍니다. 한 번의 오픈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를 동네에 정식으로 등록하는 의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는?
팔오도씨(85°C Bakery Cafe)가 미국에 자리 잡은 방식에서 한국 브랜드가 가져갈 만한 장면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 시장에서 처음 알려지는 통로는 가장 익숙한 형태가 아니라 가장 다른 형태일 때가 많습니다. 짭짤한 크림이 올라간 커피처럼, 미국 카테고리 표준에서 살짝 비껴 있는 한 가지가 브랜드의 이름표가 됩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흔해서 잊고 있던 메뉴나 디저트가, 미국에서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디아스포라 커뮤니티는 단순한 첫 고객이 아니라 브랜드의 무대가 됩니다. 이들이 자주 모이는 동네에 매장을 두고, 가족이 모이는 순간을 케이크와 빵으로 채워 주는 일이 비싼 광고 한 편보다 멀리 갑니다. 팔오도씨는 이 작은 의례를 80여 개 매장으로 확장했습니다.
셋째, 빠르게 늘리고 싶을수록 통제력을 놓치지 않는 편이 결국 더 빨랐습니다. 직영 중심 구조와 자체 중앙 키친은 단기적으로 느려 보이지만, 어느 매장에서나 같은 시 솔트 커피, 같은 밀크 푸딩 브레드를 만나게 해 줍니다. 그 일관성이 디아스포라가 친구를 데려오는 이유가 됩니다.
참고 자료
- QSR Magazine: Why 85°C Cafe is One to Watch
- California GO-Biz: 85ºC Bakery Cafe Profile
- 85C Bakery Cafe 공식: About 85C Bakery Cafe
- Kitchen Confidante: A Taste of 85°C Bakery Ca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