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미국 틱톡(TikTok)에 한 주짜리 실험이 펼쳐졌습니다. 틱톡이 한 브랜드만을 위해 일주일을 통째로 비워 주는 ‘슈퍼 브랜드 데이(Super Brand Day)’였습니다. 이 자리에 처음 초대된 케이뷰티 브랜드가 메디큐브(Medicube)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신제품이 공개되고, 한정 할인이 풀리고, 라이브 방송과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화면 한가운데 놓인 주인공은 크림이나 세럼이 아니었습니다. 손바닥 크기의 가전, 그러니까 뷰티 디바이스였습니다. 이 한 컷이 메디큐브(Medicube)의 미국 전략 전체를 압축해 보여 줍니다.
영웅은 크림이 아니라 기계였다
메디큐브(Medicube)의 미국 진출에서 가장 또렷한 한 가지 선택은, 영웅 제품을 토픽스킨케어가 아니라 디바이스로 정한 것입니다. 모회사 에이피알(APR)이 2025년 3월에 정식 출범시킨 디바이스 전용 서브 브랜드 에이지알(AGE-R)이 그 무대입니다. 핵심은 부스터 프로(Booster Pro)와 그 동생격인 미니 부스터 프로(Mini Booster Pro)입니다. 미국 매체 글로시(Glossy)는 메디큐브(Medicube)를 “부스터 프로 스킨케어 디바이스로 알려진 11년 차 케이뷰티 브랜드”로 소개하며, 이 기계를 브랜드의 가장 유명한 제품으로 꼽았습니다.
가격은 부스터 프로가 240달러, 좀 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미니 부스터 프로는 출시 당시 96달러에 판매됐습니다. 한 자릿수 달러짜리 크림이 흔한 카테고리에서, 메디큐브(Medicube)는 정반대로 “기계 한 대를 사고 오래 쓰는 경험”을 팔기로 결정한 셈입니다. 결과는 가시적입니다. 에이지알(AGE-R) 디바이스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2025년 6월 기준 40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기계 한 대를 중심으로 묶인 생태계
디바이스를 영웅으로 두면, 이어지는 모든 제품이 그 기계의 부속이 됩니다. 에이지알(AGE-R)의 설계 사상이 정확히 그 지점에 있습니다. 디바이스를 중심에 두고, 함께 쓰는 앰플과 세럼 같은 고마진 소모품을 묶어 파는 방식이죠. 한 번 기계를 산 사람은 자연스럽게 전용 라인으로 들어옵니다. 광고를 새로 들이지 않아도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피부과 시술을 자주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240달러짜리 기계 한 대로 집에서 비슷한 루틴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약속은 매력적입니다. “한 번에 큰 결제, 그러나 길게 보면 합리적”이라는 셈법이 통한 것입니다.
자사몰과 아마존, 두 다리로 선 디바이스
영웅 제품이 기계라는 결정은 유통 전략도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메디큐브(Medicube)는 미국에 자체 매장을 두지 않았습니다. 글로시(Glossy)가 인용한 브랜드 측 설명에 따르면, 기사 작성 시점까지 미국에 오프라인 매장이 없었고, 같은 해 후반에 첫 미국 리테일러와 손잡을 계획만 알려졌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자사몰과 아마존(Amazon), 그리고 틱톡 숍(TikTok Shop)이었습니다.
모회사 에이피알(APR)은 오랫동안 자사몰 중심의 디투씨(D2C) 모델로 매출의 70퍼센트 이상을 만들어 온 회사입니다. 미국에서도 같은 원칙이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아마존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2025년 5월 아마존 미국 뷰티 카테고리 검색 트래픽 1위에 오른 브랜드가 바로 메디큐브(Medicube)였습니다. 한 달 동안 40만 건이 넘는 검색이 이 이름을 향했다고 전해집니다. 디바이스 한 대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굳이 브랜드 이름을 외워 검색했다는 뜻입니다.
인플루언서는 광고가 아니라 데이터였다
기계를 사도록 설득하는 일은 사진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메디큐브(Medicube)는 인플루언서와 사용자 콘텐츠를 광고가 아니라 데이터 실험처럼 다뤘습니다. 미국 에이전시 보더엑스(BorderX)와 함께 진행한 소셜 미디어 캠페인이 이 점을 잘 보여 줍니다. ‘스킨텔렉추얼(skintellectual)’, 그러니까 성분과 결과를 따지는 소비자를 겨냥해 브랜드, 제품, 결과를 보여 주는 세 갈래 콘텐츠를 꾸준히 돌렸습니다.
석 달 동안 프로필 조회수는 37.1퍼센트, 웹사이트 클릭은 151퍼센트 늘었고, 팔로워는 3.65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콘텐츠가 실제 사용자와 그들의 실제 결과를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입니다. 디바이스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카테고리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는?
메디큐브(Medicube)의 미국 이야기를 우리 브랜드 입장에서 다시 읽으면 몇 가지가 남습니다. 첫째, 영웅 제품을 꼭 가장 흔한 카테고리에서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단가가 높고 진입 장벽이 있는 품목을 영웅으로 두면, 그 주변에 소모품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미국에서는 자사몰과 아마존을 양 다리로 세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사몰에서 브랜드 서사를 통제하고, 아마존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검색해 닿는 구조를 만드는 식입니다.
셋째, 인플루언서는 광고가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누가 어떤 메시지로 어떤 결과를 보여 줄 때 클릭이 늘어나는지를 숫자로 읽으면서 콘텐츠 축을 조금씩 조정해야 합니다. 작은 기계 한 대가 미국 아마존 검색 1위에 오른 것은 운이 아니라, “디바이스를 영웅으로 둔다”는 단 하나의 선택이 유통과 가격과 콘텐츠를 모두 같은 방향으로 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고 자료
- Glossy: Medicube’s influencer-marketing-fueled mission to be No. 1 is working
- Asia Design Prize: APR Medicube AGE-R home beauty devices case study
- BorderX: Medicube SNS Management Case Study
- Soonsu Beauty: Brand Story: Medicu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