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대표님이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스캇 님, 구글이 이제 이미지 광고를 알아서 영상으로 만들어 준다던데, 저희도 따로 영상 안 만들어도 되는 거 맞죠?”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안도와 기대가 함께 묻어 있었습니다. 저는 답을 보내기 전에 잠시 멈췄습니다. 맞다고 말씀드리는 게 절반은 맞고, 절반은 위험한 답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5년 10월, 구글은 디멘드젠 캠페인에서 이미지와 텍스트 에셋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영상 광고를 만들어 주는 기능을 공식화했습니다. 8월 27일 이전에 만들어진 이미지 광고 그룹은 자동으로 이 기능이 적용되고, 10월 31일부터는 유튜브, 쇼츠, 디스커버 같은 채널에서 실제로 영상으로 송출되기 시작합니다. 광고주가 원하면 끌 수 있지만, 가만히 있으면 켜져 있습니다. 이게 이번 변화의 핵심입니다.
드디어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그런데
영상 광고가 이미지 광고보다 클릭률도 높고 참여율도 좋다는 건 업계에서 오래된 상식입니다. 문제는 늘 같았습니다. 영상은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작은 브랜드일수록 한 편 찍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좋은 제품을 가진 대표님들도 결국 정적인 이미지 광고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저는 자주 봤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번 업데이트는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영상 제작자를 따로 부르지 않아도,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카피만으로 세로 영상, 가로 영상이 만들어져 송출됩니다. 광고 예산이 빠듯한 브랜드도 영상이라는 포맷에 처음으로 발을 들일 수 있게 됐죠. 진입 장벽이 낮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고, 저도 이 점만 보면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소식을 들으면서 묘하게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자동화가 쉬워질수록, 마케터가 손 놓기도 쉬워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이 되는 순간, 메시지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이미지 한 장과 영상 한 편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도 무게가 다릅니다. 이미지는 한 장면이지만, 영상은 흐름입니다. 어떤 장면이 먼저 나오고, 어떤 카피가 어느 타이밍에 떠오르고, 마지막에 무엇이 남는지에 따라 같은 소재라도 전혀 다른 인상이 만들어집니다. 소비자가 이미지를 볼 때는 슥 지나치지만, 영상을 볼 때는 잠시 멈춰 시간을 내어 줍니다. 그 짧은 몇 초 동안 우리 브랜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가, 다음 구매 결정에 생각보다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그래서 저는 자동으로 변환된 영상을 그대로 송출하는 일이 늘 안전한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AI는 가지고 있는 에셋을 조합해 그럴듯한 영상을 만들어 주지만, 그 영상이 우리 브랜드가 평소에 짓고 있던 표정과 같은지까지 알아서 챙겨 주지는 못합니다. 차분한 톤으로 신뢰를 쌓아 온 브랜드가, 자동 생성된 빠른 컷 영상으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다면, 소비자는 미세하게 갸웃합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이 브랜드 뭔가 좀 달라졌네”라는 느낌은 분명히 남습니다.
점검해야 할 것은 광고가 아니라 우리 자신
그래서 저는 대표님들께 이번 기능이 적용되기 전에 광고 캠페인 화면을 들여다보기보다, 우리 브랜드의 에셋 폴더를 먼저 열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거기 들어 있는 이미지들이 지금도 우리 브랜드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것들인지, 카피는 여전히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는지부터 다시 봐 주세요. 자동 영상화는 결국 그 안에 있는 재료들을 가져다 쓰는 일이기 때문에, 재료가 어수선하면 결과물도 어수선합니다.
다음으로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꺼내서, “우리 브랜드가 영상으로 표현될 때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짧게라도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한 페이지짜리 메모라도 만들어 두는 게 좋습니다. 자동으로 생성된 영상을 켤지, 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그 메모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프리뷰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반드시 미리 보시고, 우리가 가진 표정과 다르다면 옵트 아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자동으로 켜져 있으니까 그냥 두자”는 결정이 가장 위험합니다.
자동화가 깊어질수록 마케터의 자리는 오히려 또렷해집니다
저는 마케팅 자동화 도구가 늘어날 때마다 비슷한 풍경을 봅니다. 처음에는 다들 “이제 마케터가 할 일이 줄어들겠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자동화를 잘 쓰는 사람과 자동화에 끌려다닌 사람의 결과물은 확연히 갈립니다. 도구가 좋아진다는 건 누구나 비슷한 출발선에 선다는 뜻이고, 그 출발선 위에서 누가 더 자기 브랜드에 대해 깊이 생각했는지가 결과를 가르기 시작합니다.
이번 디멘드젠의 변화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저는 봅니다. 영상을 못 만들어서 못 하던 시대에서, 영상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구의 영상이 더 마음에 가닿는지가 중요한 시대로 한 발 더 들어선 셈입니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늘 같습니다. 우리는 이 영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떤 표정으로 다가가고 싶은가. AI는 우리 대신 영상을 만들어 주지만, 그 표정만큼은 누구도 대신 결정해 주지 않습니다.
편리해진 도구 앞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도구를 어떻게 쓸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브랜드이고 싶은지를 다시 한번 또렷하게 적어 두는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