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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팔로워 1만 명보다 이메일 1천 개

플랫폼 위에 쌓은 숫자는 빌린 땅 위의 집입니다. 알고리즘 한 번에 무너지는 채널과,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에 남는 채널의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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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늘 우리를 흔듭니다. 팔로워 1만이라는 숫자는 특히 그렇습니다. 명함에 적을 수 있고, 대표님께 보고할 수 있고, 무엇보다 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숫자를 볼 때마다 조용히 한 가지를 확인합니다. 이 숫자, 내일 아침에도 그대로일까.

대부분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숫자는 그대로인데 그 숫자가 하던 일이 사라집니다. 팔로워 1만 명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어제까지 3천 명에게 닿던 게시물이 오늘은 400명에게만 닿습니다.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도요.

제가 하룻밤 사이에 배운 것

몇 년 전, 한참 소셜 채널을 키우는 데 몰두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매일 콘텐츠를 올리고, 반응을 보고, 다음 콘텐츠를 만들었죠. 팔로워가 늘어나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게 자산이 쌓이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도달이 뚝 떨어졌습니다. 처음엔 제 콘텐츠가 나빠졌나 싶어 밤새 예전 게시물들과 비교했습니다. 별 차이가 없었어요. 며칠 뒤에야 알았습니다. 플랫폼이 노출 방식을 손봤다는 걸요. 그 결정에 저는 참여한 적이 없고, 통보받은 적도 없고, 이의를 제기할 곳도 없었습니다.

그때 든 생각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나는 이 채널의 주인이 아니었구나. 나는 세입자였구나.

빌린 땅 위에 집을 짓는 일

저는 이걸 이렇게 설명하곤 합니다. 소셜 플랫폼에 계정을 만들고 콘텐츠를 쌓는 건, 남의 땅을 빌려서 그 위에 집을 짓는 일과 같다고요.

땅주인은 친절합니다. 처음엔 공짜로 빌려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까지 내어 줍니다. 그런데 어느 날 땅주인이 길을 다른 쪽으로 냅니다. 우리 집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이제 반대편으로 다닙니다. 집은 그대로인데 손님이 사라집니다. 항의할 수 있을까요? 계약서를 다시 읽어 봐도 그런 조항은 없습니다. 애초에 그 땅은 우리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플랫폼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의 사업을 하는 것뿐이고, 우리는 그 위에서 굉장한 도움을 받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위에 쌓은 것을 “자산”이라고 부를 때, 한 번쯤 물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정말 내 것인가.

이메일 1천 개가 조용히 다른 이유

반면 이메일 주소 1천 개는 초라합니다. 자랑할 맛도 안 나고, 화면에 예쁘게 뜨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 1천 개에는 남들에게 없는 성질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도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다는 것.

제가 메일을 보내면, 그 메일은 그 사람의 메일함으로 갑니다. 누군가의 판단을 거쳐 “이 사람에게는 보여 주고 저 사람에게는 감추자”고 결정되지 않습니다. 오늘 열어 볼지 말지는 받는 사람이 정하지만, 적어도 도착은 합니다. 그리고 그 명단은 파일로 내려받아 제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내일 어느 회사가 문을 닫아도, 어떤 정책이 바뀌어도, 그 파일은 제 손에 남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팔로워는 “그 플랫폼 안에서만 존재하는 관계”이고, 이메일 주소는 “플랫폼 밖으로 들고 나올 수 있는 관계”입니다. 하나는 임대고 하나는 소유입니다.

숫자의 무게가 다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1천 명은 1만 명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팔로우 버튼을 누르는 데는 아무 대가가 들지 않습니다. 손가락 한 번, 0.5초. 그래서 팔로워 중 상당수는 우리 브랜드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습니다. 반면 이메일 주소를 적어 넣는 건 다릅니다. 자기 메일함을 열어 주는 일이고, 어느 정도의 귀찮음과 최소한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당신이 보내는 걸 내 개인 공간에서 받아 보겠다”는 승낙이니까요.

그러니 1천 개의 이메일은 1천 번의 작은 허락입니다. 1만 개의 팔로우보다 이쪽이 브랜드에 더 가까이 서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일을 열었을 때 실제로 지갑을 여는 사람도 대개 이쪽이고요.

그렇다고 플랫폼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그럼 소셜은 접고 이메일만 하라는 거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플랫폼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장소이고, 리스트는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관하는 장소입니다. 소셜 없이 새 사람을 만나기 어렵고, 리스트 없이 그 만남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만나기만 하고 보관은 하지 않을 때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채널을 볼 때 이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여기서 만난 사람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 통로가 있는가. 프로필 링크 하나, 뉴스레터 신청 한 줄, 다운로드 자료 하나라도 있는가. 통로가 없다면 아무리 팔로워가 늘어도 그건 남의 땅에 손님을 모아 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덧붙이면, 이메일만이 정답도 아닙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가 쌓아 둔 고객 명단, 우리 이름으로 발행하는 콘텐츠. 어디에 있든 “우리가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이면 같은 성질을 가집니다. 핵심은 매체가 아니라 소유 여부입니다.

사라지지 않는 것부터 쌓기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면 유행하는 채널이 몇 번씩 바뀝니다. 한때 모두가 몰려가던 곳이 몇 년 뒤에는 조용해지고, 아무도 안 보던 곳이 갑자기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그 파도를 여러 번 겪고 나서 제가 남긴 기준은 단순합니다. 이 채널이 사라져도 내 손에 남는 게 있는가.

남는 게 있다면 마음 놓고 그 위에서 놀아도 됩니다. 남는 게 없다면, 놀되 반드시 무언가를 챙겨 나와야 합니다.

1만이라는 숫자는 기분이 좋습니다. 1천이라는 숫자는 밋밋합니다. 그런데 몇 년 뒤에도 남아 있는 쪽은 대개 밋밋한 쪽이더군요. 눈에 보이는 숫자를 키우는 일과, 사라지지 않는 것을 쌓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요즘 후자에 시간을 더 씁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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