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할인은 달콤하고 브랜드는 조용히 녹습니다

매출이 급할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카드가 할인입니다. 그런데 그 달콤함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우리 제품의 진짜 가격을 잊어버립니다.

𝕏
in
🔗

얼마 전 메일함을 열었다가 한참을 들여다본 문장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작년부터 할인을 자주 했는데, 이제 할인을 안 하면 아예 안 팔립니다. 어떻게 해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짧은 메일이었는데 그 안에 담긴 답답함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저는 답장을 쓰기 전에 잠시 커피를 한 잔 내렸습니다. 이 질문에 짧게 답하기가 어려웠거든요.

왜냐하면 이 상황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주 천천히, 매번 좋은 의도로 내린 결정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그래서 되돌리는 것도 하루아침에는 안 됩니다.

첫 할인은 언제나 눈부십니다

할인의 무서운 점은 첫 성적표가 너무 좋다는 데 있습니다. 20퍼센트를 깎았더니 주문이 몰리고, 그날 대시보드의 그래프가 위로 솟구칩니다.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다음 달 회의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그때 그거 한 번 더 해볼까요?”

저도 이 유혹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분기 목표가 며칠 안 남았는데 숫자가 모자랄 때, 할인만큼 확실하고 빠른 카드는 없습니다. 광고는 세팅하고 최적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콘텐츠는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런데 할인은 오늘 걸면 오늘 팔립니다. 마케터에게 이건 거의 마법 같은 버튼입니다.

문제는 이 버튼이 매번 조금씩 무뎌진다는 겁니다. 처음엔 20퍼센트로 충분했는데 다음엔 25퍼센트가 필요해지고, 그다음엔 25퍼센트로도 반응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무뎌지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가 학습한 겁니다. “이 브랜드는 기다리면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요.

정가는 숫자가 아니라 약속입니다

저는 정가를 가격표에 적힌 숫자라기보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하는 하나의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품은 이 정도의 값어치가 있습니다”라는 선언이죠. 소비자는 그 선언을 믿고 지갑을 엽니다.

그런데 할인이 반복되면 그 선언이 흔들립니다. 정가 5만 원짜리 제품을 늘 3만 5천 원에 사던 사람에게 진짜 가격은 이미 3만 5천 원입니다. 5만 원은 그저 할인율을 계산하기 위해 존재하는 배경 숫자가 되어버리죠.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진짜 손해입니다. 소비자가 정가로 사면 왠지 손해 본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제값 주고 산 사람이 바보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게 참 아프습니다. 우리 제품을 가장 좋아하는 충성 고객일수록 자주 사고, 자주 사는 사람일수록 우리 할인 패턴을 잘 압니다. 결국 가장 아껴주는 고객이 가장 낮은 가격만 지불하게 됩니다. 그렇게 마진은 줄고, 마진이 줄면 제품 개선이나 좋은 콘텐츠에 쓸 돈도 줄어듭니다. 브랜드가 얇아지는 거죠.

녹아내리는 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제가 이 현상을 “녹는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너지는 것과 녹는 것은 다릅니다. 무너지면 소리가 나고 그날 바로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녹는 건 조용합니다. 매출 그래프는 멀쩡하고, 오히려 할인하는 달에는 더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브랜드가 문제를 늦게 발견합니다.

이상 신호는 숫자의 총합이 아니라 결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신제품을 내놨는데 “언제 할인하나요?”라는 문의가 먼저 들어옵니다. 정가 기간의 매출이 눈에 띄게 조용해집니다. 후기에 제품 이야기보다 “세일할 때 사세요”라는 조언이 더 자주 등장합니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제품이 아니라 가격을 먼저 말하기 시작하면, 이미 상당히 녹은 상태입니다.

가장 뼈아픈 건 이 다음입니다. 할인을 멈추면 매출이 예전 정가 시절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아래로 떨어집니다. 할인이 만들어낸 수요 중 상당수는 원래 우리 제품을 원하던 사람이 아니라 싼 가격을 원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이유였던 고객은 가격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집니다.

할인 없이 파는 브랜드들의 공통점

그러면 할인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파는 브랜드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제가 오래 관찰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가격 말고 다른 이유를 계속 만듭니다. 새로운 색상, 계절에 맞춘 사용법, 사용자들이 발견한 뜻밖의 활용, 브랜드가 지켜온 방식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요. 사람들에게 “지금 사야 할 이유”를 주는 방법이 할인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할인이 가장 쉬워서 다들 그것부터 집을 뿐입니다.

둘째, 할인을 하더라도 규칙과 이유가 분명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창립 기념일이라거나, 특정 시즌의 정리 판매처럼요. 예측 가능한 소수의 할인은 브랜드를 녹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때 아니면 없다”는 신호가 되어 정가를 지켜주기도 합니다. 브랜드를 무너뜨리는 건 할인 자체가 아니라 이유 없이 반복되는 할인입니다.

셋째, 가격 이외의 가치를 꾸준히 쌓습니다. 정성스러운 응대, 빠른 배송, 문제가 생겼을 때의 처리 방식, 포장을 열었을 때의 기분 같은 것들이죠. 이런 것들이 쌓이면 소비자 머릿속에서 우리 제품의 값어치가 가격표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 놓입니다. 그 차이가 정가를 버티게 해주는 힘입니다.

다시 그 메일에 답한다면

저는 그 메일에 이렇게 답을 보냈습니다. 당장 할인을 끊는 건 위험합니다. 이미 할인에 익숙해진 수요가 있고, 그걸 하루아침에 잘라내면 매출 충격이 너무 큽니다. 대신 할인의 빈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그 자리를 다른 이유로 채워 넣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이건 몇 달짜리 프로젝트가 아니라 최소 1년 이상 보고 가야 하는 일이라고요.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다시 배우는 데는 처음 배웠을 때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잘못 든 습관을 고치는 게 새로 익히는 것보다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돌아보면 할인은 늘 급할 때 손이 가는 카드였습니다. 그리고 급할 때 내린 결정은 대체로 미래의 나에게 청구서를 보냅니다. 이번 달 숫자를 지키느라 내년의 가격을 저당 잡히는 셈이죠. 그래서 요즘 저는 할인 이야기가 나오면 한 가지를 먼저 묻습니다. 이 할인이 끝난 다음 날, 우리 브랜드는 어제보다 나아져 있을까요.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면 그 할인은 괜찮은 할인입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Calywire · 무료 상담

미국 진출,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브랜드 카테고리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풀고 싶은 과제 두세 가지만 알려주시면 충분합니다. 48시간 안에 한국어로 회신드립니다.

48h
48시간 회신 약속
미국 본사·서울 지사 담당자가 직접 검토 후 회신합니다.
무료 상담 신청
제출 시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며, 캘리와이어의 안내·마케팅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수신 거부는 언제든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