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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팔로워 10만, 매출 0

팔로워와 좋아요가 늘어도 매출이 따라오지 않는 이유. 숫자의 모양에 속지 않고 진짜 움직이는 지표를 보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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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 대표님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스캇 님, 저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드디어 10만을 넘었어요.” 축하의 말을 건네는데, 곧이어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요, 이번 달 매출이 지난달이랑 똑같아요. 오히려 조금 줄었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

저는 한참 듣다가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혹시 그 10만 명 중에서, 지난주에 대표님 게시물에 댓글을 단 사람은 몇 명이었나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날 저희 대화는, 숫자의 함정에 대한 긴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예쁜 숫자가 가장 위험한 숫자다

마케팅을 오래 하면서 제가 가장 경계하게 된 것이 있다면, “보기 좋은 숫자”입니다. 팔로워 수, 좋아요 수, 노출 수, 도달 수. 이런 숫자들은 그래프로 그리면 우상향으로 예쁘게 올라갑니다. 보고서에 넣으면 회의실 분위기도 좋아집니다. 그런데 정작 통장의 잔고는 그 그래프를 따라오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숫자들을 마음속으로 “허영 지표”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vanity metrics라고도 하죠. 자존심은 채워 주지만, 사업은 채워 주지 않는 숫자라는 뜻입니다. 거울 앞에서 예뻐 보이지만, 외출했을 때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옷차림 같은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팔로워 10만은 분명 누군가가 “팔로우” 버튼을 눌러서 만들어진 숫자입니다. 그런데 그 버튼을 누른 이유가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벤트 경품 때문이거나, 우연히 알고리즘에 떴거나, 단순히 콘텐츠가 재미있어서일 수 있습니다. 팔로우와 구매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강이 흐릅니다.

참여하지 않는 10만보다, 움직이는 1천이 낫다

제가 일을 시작한 초창기에 어떤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팔로워는 빠르게 늘었는데, 매출은 좀처럼 따라오지 않았어요.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늘어난 팔로워의 상당수가 경품 이벤트로 들어온 분들이었고, 이벤트가 끝난 뒤에는 게시물도 거의 보지 않는다는 걸요. 숫자상으로는 커뮤니티였지만, 실제로는 텅 빈 강당에 가까웠습니다.

그 뒤로 저는 클라이언트와 첫 미팅을 할 때 팔로워 수보다 먼저 묻는 것이 생겼습니다. “최근 게시물 열 개의 평균 댓글 수가 몇 개인가요?” “그 댓글을 단 사람들이 같은 사람인가요, 다른 사람인가요?” “그분들 중에 실제로 구매까지 이어진 사람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이 질문들 앞에서 많은 브랜드가 머뭇거립니다.

저는 팔로워 2천 명짜리 계정이 팔로워 10만 명짜리 계정보다 훨씬 잘 팔리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차이는 단 하나였습니다. 2천 명은 진짜로 그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10만 명은 그저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을 뿐이었거든요.

봐야 하는 숫자는 따로 있다

그렇다면 어떤 숫자를 봐야 할까요. 저는 늘 “사람이 움직였는가”를 보여 주는 숫자를 보려고 합니다. 게시물을 본 사람 중 몇 퍼센트가 저장했는가, 링크를 눌렀는가, 장바구니에 담았는가, 결제까지 갔는가. 이런 숫자는 우상향이 아닐 때도 많고, 보고서에 넣어도 박수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게 진짜입니다.

특히 저는 “두 번째 행동”을 가장 좋아합니다. 게시물을 보고 프로필을 방문하는 것, 프로필에서 사이트로 넘어가는 것, 사이트에서 두 번째 페이지를 여는 것. 사람이 한 단계 더 깊이 들어왔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행동은 알고리즘이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두 번째 행동부터는 사람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는 “재구매”라는 숫자를 무척 아낍니다. 신규 고객 수는 광고비로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는 건 광고비로 만들 수 없는 신호입니다. 제품이 약속을 지켰고, 경험이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가장 정직한 증거니까요.

숫자는 거울이 아니라 나침반이어야 한다

많은 분들이 숫자를 “지금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비춰 주는 거울”로 사용하십니다. 그래서 예쁜 숫자만 골라 보게 되는 거죠. 그런데 저는 숫자를 거울이 아니라 나침반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도구로요.

나침반은 듣기 좋은 방향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때로는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해 줍니다. 팔로워가 늘었는데 매출이 안 늘었다는 사실은, 사실 굉장히 친절한 신호입니다. 우리가 모은 사람들이 우리의 진짜 고객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있는 거니까요. 그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팔로워만 늘리면, 거대한 명단을 가진 채로 조용히 무너지는 브랜드가 됩니다.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보는 일

결국 마케팅에서 숫자를 본다는 건,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만이라는 숫자 뒤에는 10만 명의 다른 삶이 있습니다. 그중 몇 명이 우리 이야기에 진짜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몇 명이 그 이야기에 자기 시간을 내어 주고 있는지, 몇 명이 결국 지갑을 여는 결정을 했는지. 이것을 묻기 시작하면, 보이는 숫자가 달라집니다.

혹시 지금 팔로워 수나 좋아요 수의 그래프를 보며 안심하고 계신다면, 한 번만 다른 질문을 던져 봐 주세요. 이 사람들 중 몇 명이 지난주에 우리 때문에 무언가를 “한” 사람일까. 그 질문 앞에서 잠깐 멈칫하셨다면, 그 멈칫함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출발점입니다. 거기서부터 진짜 마케팅이 시작됩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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