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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다만 질문이 틀렸을 뿐입니다

같은 숫자를 보고도 누군가는 정답을 찾고 누군가는 헤맵니다. 그 차이는 데이터를 읽는 눈이 아니라, 데이터에게 던지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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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 대표님이 두꺼운 분석 리포트를 들고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표지에는 “데이터 기반 진단”이라는 글자가 또렷했고, 안에는 그래프와 숫자가 빼곡했죠. 대표님이 답답한 얼굴로 물으셨습니다. “이만큼 데이터가 있는데, 왜 답이 안 보일까요?” 저는 리포트를 천천히 넘기다가 첫 장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거기에는 “이번 캠페인의 성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하나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답이 없는 게 아니라, 질문이 너무 컸던 것이라는 사실을요.

같은 숫자를 보고 다른 결론에 닿는 사람들

오래전 저는 작은 자동차 부품 회사의 광고 데이터를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광고비 대비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모두의 결론이었어요. 어떤 분은 “광고 채널을 바꾸자”고 했고, 어떤 분은 “예산을 줄이자”고 했습니다. 저는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광고를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 어디서 멈추고 있는가?”

숫자를 다시 정렬해 보니 광고 자체는 멀쩡했습니다. 클릭은 평소만큼 들어왔고, 사이트 방문도 줄지 않았어요. 문제는 결제 직전에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손봐야 했던 건 광고 채널이 아니라 결제 페이지였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누군가는 광고 탓을 했고, 누군가는 결제 페이지를 찾아냈습니다. 그 차이는 분석 도구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들고 데이터를 마주했느냐에서 갈렸습니다.

데이터는 정직하지만, 질문은 종종 거짓말을 합니다

저는 종종 이런 비유를 씁니다. 데이터는 거울이고 질문은 그 거울 앞에 서는 각도라고요. 같은 거울이라도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비치는 모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리 캠페인 성과가 어땠는가” 같은 질문은 너무 정면에서 거울을 마주 본 모습이라, 흐릿하고 뻔한 답만 돌려줍니다. 매출이 늘었거나 줄었거나 둘 중 하나죠.

그런데 질문이 조금만 구체적으로 바뀌면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또렷해집니다. “새로 들어온 고객이 두 번째 구매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인가?” 같은 질문은, 단순히 매출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던 고객의 진짜 행동을 보여 줍니다. 이런 질문 앞에서는 데이터가 갑자기 말을 시작합니다. 도구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우리가 비로소 들을 만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틀린 질문은 그럴듯한 거짓 답을 줍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데이터가 침묵할 때가 아닙니다. 데이터가 그럴듯한 답을 줄 때입니다. 한번은 신규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를 두고, 한 팀이 “최근 광고 메시지가 통했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숫자는 정말로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 시기에 같은 카테고리의 큰 브랜드가 품절 사태를 겪고 있었어요. 우리 광고가 잘한 게 아니라, 갈 곳 없는 소비자가 잠시 우리에게 흘러든 거였습니다.

만약 그때 “우리 광고는 효과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만 매달렸다면, 우리는 통하지 않는 메시지에 더 큰 예산을 부었을 겁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가 잘못된 각도에서 들여다본 탓에, 데이터가 그럴듯한 거짓을 말해 주는 것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마케터에게 가장 무서운 건 틀린 숫자가 아니라, 옳아 보이는 틀린 결론입니다.

좋은 질문은 보통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데이터를 펼치기 전에 잠깐 멈추는 습관을 들이려고 합니다. 지금 내가 던지려는 질문이, 정말 알고 싶은 그 한 가지에 닿아 있는지 다시 한번 묻는 거죠. 매출이 줄었을 때 “왜 줄었는가”는 시작점일 뿐입니다. “어떤 고객층에서 줄었는가”, “그들이 사라진 시점에 무엇이 바뀌었는가”, “그 변화는 우리가 만든 것인가, 시장이 만든 것인가.” 한 단계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데이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점점 또렷해집니다.

좋은 마케터와 그렇지 않은 마케터의 차이를 저는 도구의 능숙함에서 잘 못 느낍니다. 오히려 같은 회의실에 앉아 같은 화면을 보면서, 누군가는 더 깊은 질문을 한 줄 던지는 그 순간에서 가장 분명하게 느낍니다. 그 한 줄이 데이터를 침묵에서 깨우기도 하고, 그럴듯한 거짓에서 진짜 원인으로 끌어내기도 합니다.

숫자 앞에 앉기 전에, 질문 앞에 먼저 앉습니다

요즘은 분석 도구가 너무나 똑똑해져서, 누구나 화려한 대시보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질문은 점점 단순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달 ROAS는 얼마인가”, “전환율은 올랐는가.” 답이 빨리 나오는 질문일수록, 우리가 진짜 알고 싶은 것에서 멀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같이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팀에 농담처럼 말합니다. 우리가 받는 월급의 절반은 데이터를 읽는 값이고, 나머지 절반은 데이터에 던질 질문을 고르는 값이라고요. 진짜 어려운 건 숫자를 보는 일이 아니라, 그 숫자 앞에 어떤 질문을 들고 앉느냐 하는 일입니다. 데이터는 늘 정직하게 답합니다. 그러니 다음번에 답이 흐릿하게 느껴진다면, 데이터를 의심하기 전에 내 질문을 먼저 한 번 더 들여다볼 일입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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