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대표님과 차를 마시다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스캇, 요즘은 사람들이 검색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챗GPT한테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잔을 내려놓고 잠시 웃었습니다. 너무 정확한 관찰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한마디가, 제가 요즘 마케터로서 가장 자주 끌어안고 있는 고민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소비자가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파란 링크를 하나하나 눌러 가며 답을 찾았습니다. 지금은 풍경이 다릅니다. 사람들은 질문을 던지고, AI가 대신 읽고 비교하고 추천해 준 답을 받습니다. 그 사이에 들어가야 했던 우리 브랜드의 페이지가, 이제는 AI의 한 문장 안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마케터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변화입니다.
검색이 페이지가 아니라 결정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오랫동안 따라가 본 흐름은 이렇습니다. 처음에 검색은 단어를 찾아 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의도를 알아주는 일이 되었고요. 그리고 지금은 결정을 대신해 주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비타민 D 추천”이라고 검색한 뒤 열 개의 페이지를 비교하는 대신, “겨울철 야근이 잦은 사람한테 맞는 비타민 D 알려줘”라고 말하고는, 받은 답 중 하나를 그대로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그토록 공들여 만들었던 상위 노출이라는 목표가, 갑자기 조금 헐거워집니다. 1페이지 1위에 올라도, AI의 답변 안에 우리 브랜드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우리를 만날 기회조차 갖지 못합니다. 노출이 아니라 추천, 클릭이 아니라 인용.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는 지금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이 변화를 마주하면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을 자주 던지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AI는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누구를 위한 브랜드라고 판단하고 있을까요. 어떤 카테고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고 정리해 두었을까요. 그리고 그 정리가, 우리가 의도한 모습과 같을까요.
이 질문을 처음 받으시면 대부분 잠시 당황하십니다. 만든 적 없는 시험지를 갑자기 받아 든 기분이실 거예요. 그런데 사실 이건 새로운 시험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우리가 “브랜드 인지”라고 불러 온 것의 디지털 버전일 뿐입니다. 다만 평가자가 사람에서 AI로 바뀌었고, 그 AI가 참고하는 자료가 우리 웹사이트, 후기, 보도자료, 위키, 커뮤니티 글 같은 흩어진 조각들이라는 점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 사이트를 열기 전에 먼저 챗GPT와 퍼플렉시티에게 그 브랜드를 물어봅니다. AI가 어떤 단어로 우리 브랜드를 묘사하는지, 어떤 경쟁사와 묶어서 설명하는지, 어떤 약점을 짚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러면 그 자체가 한 장의 진단서가 됩니다. 우리 의도와 다르게 기억되고 있는 부분, 그리고 텅 빈 채로 남아 있는 부분이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흩어진 조각이 모여 하나의 인상이 됩니다
AI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정보를 끌어와 답을 만듭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의외로 분명합니다. AI가 우리 이야기를 가져갈 때 헷갈리지 않도록, 깔끔하고 일관된 자료를 곳곳에 놓아두는 일이지요. 제품 페이지에 누가 봐도 같은 의미로 읽히는 설명을 적고, 후기와 인증과 미디어 노출 같은 신뢰의 흔적들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게 정리하고, 우리 제품이 어떤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콘텐츠 곳곳에 자연스럽게 심어 두는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성분과 함량”을 단단하게 강조한 페이지가 좋은 페이지로 통합니다. 그런데 같은 페이지가 미국 소비자의 질문 앞에서는 종종 정보 부족으로 분류되곤 합니다. AI가 받는 질문은 보통 이런 식이거든요. 민감성 피부에 써도 되나요. 임신 중에도 괜찮나요. 자기 전에 발라도 되나요. 우리는 분명히 좋은 성분을 잔뜩 적어 두었는데, AI는 정작 사람들이 묻는 그 질문에 답할 근거를 우리 페이지에서 못 찾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다른 브랜드의 페이지를 인용해 답을 만들어 버리지요.
우리가 적은 문장이 곧 우리의 평판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콘텐츠를 쓰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검색엔진을 위해 키워드를 배치했다면, 이제는 누군가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문장을 쓰게 됩니다. 우리 제품이 누구의 어떤 순간에 어울리는지, 어떤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지, 다른 선택지와 비교하면 어디가 다른지를 솔직하게 적어 둡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글일수록 AI가 잘 가져갑니다. 사람도, 기계도, 결국은 명확하고 정직한 문장 앞에서 멈추는 법이니까요.
저는 요즘 이 일을 두고 “AI 시대의 평판 관리”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직접 모든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를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를 대신 설명해 줄 누군가에게 좋은 자료를 건네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료가 흩어져 있을수록,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모습으로 기억됩니다. 자료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을수록, 우리가 의도한 모습에 가까운 한 문장을 돌려받습니다.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잠깐 나신다면, 챗GPT나 퍼플렉시티 창을 열고 한번 물어봐 주세요. 우리 브랜드에 대해 알려 줘. 우리 카테고리에서 추천할 만한 곳을 알려 줘. 그렇게 돌아온 몇 문장 안에 우리 브랜드가 어떤 표정으로 앉아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어쩌면 그 짧은 순간이, 다음 분기의 마케팅을 어디서부터 다시 짤지 알려 주는 가장 정직한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