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이건 무조건 터집니다라는 말이 위험한 이유

마케팅에서 확신을 파는 사람보다 빨리 시험하고 빨리 배우는 사람이 결국 멀리 갑니다. 확실하다는 말 뒤에 숨은 위험을 짚어봅니다.

𝕏
in
🔗

마케팅 회의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건 무조건 터집니다”입니다. 신제품을 앞에 두고도, 새 캠페인 기획안을 앞에 두고도, 광고 소재 시안을 앞에 두고도 누군가는 꼭 이 말을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을 듣는 순간, 회의실의 공기는 살짝 들뜨고 의사결정은 빨라집니다. 확신은 전염성이 있으니까요.

저는 그 자리에서 분위기를 깨기 싫어 잠시 머뭇거리다가도, 결국 한마디를 보탭니다. “터지면 좋겠는데요, 그 확신 어디서 오신 거예요?” 그러면 대개는 답이 길어집니다. 데이터보다 직감이, 검증보다 경험이 먼저 나오는 답이 많습니다.

확신은 듣기 좋고, 검증은 듣기 불편하다

오래 마케팅을 하면서 가장 자주 본 패턴이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사람의 기획이 멋져 보이고, 신중한 사람의 제안이 답답해 보이는 순간입니다. 회의실은 이상하게도 확신을 가진 사람의 손을 들어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게 미덕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작 결과가 어떠냐고요? 제가 본 바로는, “이건 무조건 터집니다”라고 말했던 기획의 상당수는 잠잠하게 지나갔습니다. 반면 “솔직히 잘 모르겠어서 작게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던 기획은, 처음에는 미적지근해 보였지만 두세 번의 시험을 거치며 의외의 자리에서 빛을 보곤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확신은 멋있어 보이지만, 그 확신의 근거가 대개 “내가 좋아하니까”, “내 주변이 좋아하니까”, “예전에 이런 게 잘됐으니까”라는 식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우리의 과거를 그대로 반복해 주지 않습니다.

저도 한때 확신을 팔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저도 마케팅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확신을 파는 사람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 앞에서 “이건 분명히 됩니다”라고 말했고, 그 말이 멋있어 보인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야 신뢰를 얻는 줄 알았고, 그래야 프로다워 보인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몇 번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자신 있게 “이건 됩니다”라고 말한 캠페인이 조용히 묻혔을 때, 클라이언트의 표정은 단지 실망이 아니었습니다. 신뢰가 흔들리는 표정이었습니다. 확신은 한번 깨지면, 그 사람의 다음 말 전체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저는 말버릇을 바꿨습니다. “이건 됩니다” 대신 “이 가설이 맞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거고, 아니라면 우리는 이런 다음 단계로 갑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어 보일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클라이언트들이 더 안심했습니다. 약속이 줄어드니, 신뢰가 늘었습니다.

잘하는 마케터는 확신이 아니라 가설을 가집니다

제가 존경하는 마케터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단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그분들은 작은 가설을 만들고, 그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빠른 방법을 설계합니다. 광고 카피 한 줄을 바꿔 보고, 랜딩 페이지의 첫 문장을 바꿔 보고, 타겟 오디언스를 한 단계 좁혀 봅니다. 결과를 본 다음에 다음 결정을 내립니다.

이렇게 일하는 분들은 회의실에서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거다” 하고 가슴을 치는 대신, “이건 시험해 볼 가치가 있다”고 조용히 말합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보면, 그분들의 브랜드와 클라이언트가 가장 멀리 가 있습니다. 확신을 외쳤던 사람들이 아니라, 빠르게 배웠던 사람들이 결국 답에 가까이 가 있더라고요.

확신을 줄이면 오히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확신을 갖지 말라”는 말이 곧 “신중하게 굴어라” 또는 “결정하지 말고 끌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확신을 내려놓으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무조건 터집니다”라는 기획은 자원을 한꺼번에 쏟아부어야 하니까 결정이 무거워지고, 모두가 책임을 두려워해서 회의가 길어집니다. 반면 “이건 시험해 볼 만한 가설입니다”라는 기획은 가볍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작은 예산으로, 짧은 기간 안에,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요. 결과가 좋으면 키우고, 아니면 접고 다음 가설로 넘어갑니다.

확신을 줄인다는 건 결국 “지금의 한 번에 모든 걸 걸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한 번에 모든 걸 걸지 않으니, 더 자주 시도할 수 있고, 더 자주 배웁니다. 마케팅은 결국 이 배움의 누적이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저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됩니다. 아, 또 확신이라는 말을 썼군요. 이 단어는 참 끈질깁니다.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의심하는 습관

요즘 저는 회의에서 “무조건”, “분명히”, “확실히”라는 단어가 들리면 잠깐 멈춥니다. 그 단어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단어 뒤에 숨어 있는 가정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왜 무조건일까. 무엇이 그렇게 분명한 걸까. 그 확실함의 근거가 우리가 진짜 검증한 무언가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그 결과를 너무 원해서 그렇게 믿고 있는 걸까.

마케팅에 확실은 없습니다. 있는 것은 더 나은 가설과, 더 빠른 검증과, 더 솔직한 학습뿐입니다. 확신을 파는 사람이 잠깐 멋있어 보일 수는 있어도, 결국 신뢰는 자주 시험하고 자주 배우는 사람에게 쌓입니다. “이건 무조건 터집니다”라는 말이 들릴 때, 우리가 진짜로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작게 시험해 볼까요.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Calywire · 무료 상담

미국 진출,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브랜드 카테고리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풀고 싶은 과제 두세 가지만 알려주시면 충분합니다. 48시간 안에 한국어로 회신드립니다.

48h
48시간 회신 약속
미국 본사·서울 지사 담당자가 직접 검토 후 회신합니다.
무료 상담 신청
제출 시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며, 캘리와이어의 안내·마케팅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수신 거부는 언제든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