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스캇 킴의 디지털 톡톡

인플루언서 100명과 셀럽 1명, 누구를 택하시겠어요

미국 시장의 신뢰는 한 명의 빅모델이 아니라 흩어진 여러 목소리에서 쌓입니다. 그 차이가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야기합니다.

𝕏
in
🔗

예산을 짜는 자리에서 자주 마주치는 갈림길이 있습니다. 한쪽에는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 한 명을 모델로 세우는 선택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작은 영향력을 가진 크리에이터 수십, 수백 명에게 나눠서 베팅하는 선택지가 있죠. 대표님들은 대개 첫 번째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빠르고, 보기 좋고, 보고하기도 좋으니까요.

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한 가지를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한국에서 셀럽 한 명이 가졌던 무게가, 미국에서도 같은 무게일까요?” 이 질문 앞에서 잠깐 멈춰야 합니다. 신뢰의 구조가 다른 시장이거든요.

한국의 신뢰는 모이고, 미국의 신뢰는 흩어진다

한국에서 대형 모델 한 명을 세우는 전략이 잘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는 채널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그 위에서 같은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됩니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의 얼굴이 짧은 시간에 거대한 신뢰의 덩어리를 만들 수 있죠. 셀럽 한 명이 들고 있으면, 그게 곧 ‘믿을 만한 제품’이라는 메시지가 됩니다.

미국 시장에 들어가면 풍경이 사뭇 다릅니다. 소비자들은 각자 다른 유튜브 채널을 보고, 각자 다른 팟캐스트를 듣고, 각자 다른 인스타그램 피드를 굴립니다. 한 명의 모델이 모두에게 동시에 가닿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대신 자기가 평소에 따라다니던 작은 크리에이터의 한마디가 훨씬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좋다고 했으니까”라는 이유로 지갑이 열립니다.

신뢰가 한 점에 모이지 않고, 잘게 흩어져 있는 시장. 저는 미국을 그렇게 이해합니다.

큰 한 명의 함성과 작은 백 명의 속삭임

예전에 한 브랜드와 일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미국에서도 이름이 꽤 알려진 인물 한 명에게 큰 비용을 쓰자는 의견이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그 예산을 쪼개서 카테고리별 마이크로 크리에이터 수십 명에게 흘려보내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때 떠올린 비유가 있습니다. 큰 한 명의 함성은 강당 한가운데서 울리는 마이크 소리 같습니다. 순간적으로 크지만, 강당 밖으로 나가는 순간 사라집니다. 작은 백 명의 속삭임은 다릅니다. 카페에서, 친구 집 거실에서, 출근길 이어폰 안에서, 같은 시간에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한 번에 듣는 사람은 적지만, 사람들의 일상 안에 깊숙이 박힙니다.

미국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후자에 훨씬 가깝습니다. 한 번의 강렬한 소개보다, 여러 번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추천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는 감각

미국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때,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검색을 합니다. 유튜브에 제품 이름을 쳐 보고, 레딧 게시판을 뒤지고, 아마존 후기를 한참 내려 봅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진짜로 확인하는 건 하나입니다.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가.”

큰 모델 한 명이 광고에서 좋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이 감각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건 ‘돈을 받고 하는 말’이라는 의심부터 듭니다. 반대로 평소에 따라다니던 작은 크리에이터 두세 명이, 시차를 두고 각자의 언어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본다면, 그제야 마음이 움직입니다. 약속한 듯이 같은 말을 하면 의심하고, 우연인 듯 비슷한 말이 겹쳐 들리면 믿는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저는 이걸 ‘겹침의 신뢰’라고 부르곤 합니다. 한 사람의 큰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작은 목소리가 겹쳐질 때 비로소 생기는 종류의 신뢰입니다.

그러면 셀럽은 의미가 없을까

혹시 오해하실까 봐 덧붙이자면, 큰 모델 한 명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셀럽 한 명에게는 다른 종류의 힘이 있습니다. 단번에 브랜드의 격을 끌어올리고, 언론의 주목을 모으고, 회사 내부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죠.

다만 저는 그 힘을 ‘신뢰를 쌓는 도구’가 아니라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도구’에 가깝게 봅니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의 이름을 처음 듣게 만드는 데는 큰 한 방이 유효합니다. 그런데 그 이름을 들은 사람이 진짜로 지갑을 여는 단계까지 가려면, 그 사이에 작은 크리에이터들의 겹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큰 한 명은 문을 두드려 주고, 작은 백 명은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은 사실 좀 좁은 질문일지 모릅니다. 더 좋은 질문은 이렇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지금 문을 두드려야 하는 단계인가요, 안으로 들여놓아야 하는 단계인가요.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 보면, 예산을 어디에 더 실어야 할지가 의외로 또렷해집니다.

화려한 한 명의 얼굴 뒤에 가려진 진실은,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여러 사람의 결이 비슷한 한마디들이라는 점입니다. 신뢰가 한 점에서 폭발하는 시장이 있고, 여러 점에서 천천히 스며드는 시장이 있습니다. 어느 쪽 시장에 서 있는지를 먼저 가늠하는 일이, 인플루언서 전략의 진짜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Scott Kim (스캇 킴)Calywire Inc. 창업자 · CEO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마케터입니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캘리와이어를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톡톡'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숫자와 캠페인 너머에서 배운 진짜 인사이트를 편안한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이메일: scott@calywire.com

Calywire · 무료 상담

미국 진출,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브랜드 카테고리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풀고 싶은 과제 두세 가지만 알려주시면 충분합니다. 48시간 안에 한국어로 회신드립니다.

48h
48시간 회신 약속
미국 본사·서울 지사 담당자가 직접 검토 후 회신합니다.
무료 상담 신청
제출 시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며, 캘리와이어의 안내·마케팅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수신 거부는 언제든 가능합니다.